(수필)나는 호로자식이 아니야! 제 2회 / 유대지

한성뉴스넷 | 기사입력 2012/12/10 [20:08]

(수필)나는 호로자식이 아니야! 제 2회 / 유대지

한성뉴스넷 | 입력 : 2012/12/10 [20:08]
그 해 한여름 깊은 밤이었던가. 마당 한가운데 모닥불에서는 모기와 하루살이를 쫓기 위해 옥수수 껍질을 태운 흰 연기 꼬리가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파란 모기장 안에서는 어느새 들어왔는지 모기 두 마리가 앵앵거리며 잠자리의 어린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으리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부채를 흔드시고 과일을 드시면서 평상에 앉아 동네 아낙네 서너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때 내 귀를 강하게 때리는 엄청난 이야기들이 아주 조용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할머니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바로 나의 가문과 아버지, 그리고 나에 대한 슬프디 슬픈 사연들이······.

나는 잠결에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며 그날 밤 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날 밤 할머니의 그 이야기들이 한줄기 섬광이 되어 나의 뇌리에 닿았을 때 나는 초겨울 강가로 달려가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강둑에 혼자 웅크린 채 앉아 얼마나 흐느꼈던가.

할머니는 아마 손자가 아버지가 안 계신 것을 몹시 상심할까 봐 평소 나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았으리라.

1949년 그 해 봄은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동란 발발을 한 해 앞둔 시기로서 좌익과 우익의 사상싸움이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했으며, 그만큼 국내 치안도 극도로 어지러웠다.

그때 나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건국의 경찰로서 경상북도경찰국 경주경찰서 안강지서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 해 3월 23일, 미명의 그 시간. 경상북도 경주군 안강읍安康邑 두류리, 인적이 드문 산골 어느 허름한 오두막집에서 일어났던 그 비극의 전투. 경찰관 3명과 북한 인민군 소속 빨치산 부대원 20명과의 너무나 운명적인 두류리전투!

아버지는 바로 그 전투에서 동료경찰 두 명과 함께 조국의 수호신으로 장렬히 순국하신 당시 27세의 유귀룡劉貴龍 경위였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포토뉴스
금강애기나리
1/3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