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나는 호로자식이 아니야! 제 1회 / 유대지

한성뉴스넷 | 기사입력 2012/12/08 [10:39]

(수필)나는 호로자식이 아니야! 제 1회 / 유대지

한성뉴스넷 | 입력 : 2012/12/08 [10:39]
내 마음의 문을 열면서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하여 비참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첫째, 늙은 홀아비, 둘째, 늙은 홀어미, 셋째, 부모 없는 아이, 넷째, 자식 없는 늙은이, 바로 사궁四窮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네 가지 가운데 한 가지도 거치지 않고 태어나 다복하게 살아가건만, 어찌하여 할머니와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인생의 멍에를 등에 지고 허우적대며 시작해야만 했을까. 이것은 바로 할머니와 나의 숙명적인, 그리고 비극적인 인생의 시작을 알려 주는 적신호였다.

『논어』 「학이편學而編」에 이르기를, “아버지가 살아계실 동안은 그 뜻을 살펴볼 것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그 행한 바를 살펴볼 것이니, 3년 동안은 아버지가 행하신 바 도리를 고치지 않아야 효자라고 말할 수 있다.” 고 했다.

그런데 나는 나를 낳아 주신 아버지의 얼굴도 본 적이 없고, 그 넓은 가슴에 한 번 안겨 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아버지라고 불러도 못했으며, 그 목소리도 들어 보지도 못했다.

이처럼 아버지의 존재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나에게는 전혀 손길이 닿지 않는 저 먼 세계로 인식되어 왔으므로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싶어도 그것을 행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의 인생은 기구한 운명이 아니고 무엇인가.

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만 일 개월도 채 되지 않았던 그때, 어머니 자신도 임신한 사실조차도 몰랐던 그때, 전쟁으로 인하여 아버지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순국하셨다.

나는 바로 유복자遺腹子, 삼대독자, 대한민국 6·25 전몰군경 유자녀遺子女,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던 저 비극의 호로자식이다.

어릴 때의 일들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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