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전사의 무덤 앞에 /노천명

-유엔 묘지에서-

한성뉴스넷 | 기사입력 2019/06/09 [22:41]

무명 전사의 무덤 앞에 /노천명

-유엔 묘지에서-

한성뉴스넷 | 입력 : 2019/06/0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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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전사의 무덤 앞에

-유엔 묘지에서-

노천명

 

사나운 이리 떼 사뭇 밀려와

아무 영문도 모르는

정녕 아무 영문도 모르고 있던

평화스러운 양()의 우리를

뛰어넘어 들던 날

 

죄 없는 백성들 처참히 물려 쓰러지고

포악 잔인한 앞에 어미는 자식을 감추고

아내는 남편을 감추며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다

 

저 멀리 몇천만 리 밖

아름다운 농원에서 일하던 이들

첨탑이 높이 선 대학의 청년들이

분노에 떨며 군복을 갈아입고 뛰쳐나와

 

아세아의 한 끝 코리아를 찾아서 찾아서

구름을 헤치고 바람을 밀치며

하늘이 까맣게 달려와 주었나니

 

일찍이 이방인의 모습이

이렇듯 반가운 적이 있었으랴

우리를 살리려 온 그대들은 바로 천사였어라

 

태평양을 건너 낯설고 빈한한 이 땅

별로 아름답지도 장하도 못한 건물을

총 들고 지켜주는 이역(異域)의 아침은

얼마나 어설펐으랴

 

홈식이 뭉클 치밀 때마다

보다 준엄한 정의가 있었다

 

이제 그대 영원한 평화의 사도 되어

동양 한구석 코리아에 조그만 면적을 차지하고

들국화에 싸여

푸른 하늘에 안겨

여기 누웠나니

나 그대의 이름을 모르건만

이슬 젖은 돌 십자가에 조용히 이마 대며

지극히 경건한 마음 하고 엎디어 절하노라

한국 전장의 이름 없는 전사여

편히 쉬시라!

훈장 대신 가슴엔 별을 차고

그대 길이 땅 위의 평화를 지키는 자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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