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성남 (38회)

정선교 장편소설

한성뉴스넷 | 기사입력 2015/05/04 [00:11]

바람부는 성남 (38회)

정선교 장편소설

한성뉴스넷 | 입력 : 2015/05/04 [00:11]

남자는 공연히 희영을 보며 실없는 웃음을 자꾸 웃었다.남자가 희영에게 ‘놀러 가 보았느냐’고 물은 것은,‘카바레로 춤추러 가보았느냐’는 뜻이었다.
 
춤 세계도 은어들이 많았다.전에는 전혀 몰랐던 말을 희영은 자연스럽게 많이 알게 되었다.춤 자체에 대한 용어도 그랬지만, 여자들끼리의 대화에 더욱 많은 은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춤추는 여자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은어로 약속을 하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편들 몰래 혹은 춤을 모르는 이웃 여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자기네들끼리 어울리려면 그들만의 비밀스런 암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통상 사교춤을 ‘뱅뱅이’나 ‘뺑뺑이’라고 많이 했고 ‘뱅뱅이 가자’하면 ‘춤추러가자’는 의사표였다.또 ‘밟으러 갈까’,‘다리운동 좀 하러 가자’,‘한 번 땡기러 가자’는 말들도 많이 사용했다.가장 보편적인 말은 ‘논다’ ‘놀러 간다’라는 것이 ‘춤춘다’ ‘춤추러 간다’는 뜻으로 통했다.

그리고 이웃 여자들이 어울려 갈 때는 ‘오늘 우리 큰집에 한번 갈래’ ‘발 비비러 가자’ ‘발에 때 벗기러 가자’ ‘시장 가자’하면서 눈을 찡긋하면 ‘카바레로 춤추러 가자’뜻으로 통했다.

춤을 출 줄 알고,함께 어울려 다니는 여자들 끼리만 있을 때는 스스럼없이 자기들의 의사를 은어나 속어로돋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세계에 어울리지 못하는 이방인 같은 사람이 끼여 있을때는 은어조차 쓰지 않고,눈짓으로나 슬쩍슬쩍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다.여자들 모임 같은 데서도 그런 신호로 춤출 줄 아는 같은 패거리들만 빠져 나가 카바레로 어울려 다녔다.

“장씨도 모 말려.”
지르박을밟으면서남자가 말했다.희영은 무슨 말인지 몰라 스핀을 돌면서 남자를 힐끗 보았다.

“그렇지 않아요?그 나이에 아직도 여자 문제로 난리법석을 떨고,교습생들 앞에서 무슨 챙핍니까?하긴 한두 번이 아니죠.”
“정에도 그런 적 있어요.”

희영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웃으며 물었다. 스텝을 밟으면서 눈길을 다른 데 보낼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춤이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였다. 숙달되기 전에는 발 맞추는 데 신경 쓰랴,음악 박자에 신경 써야 하고,또 손동작에 신경 쓰느라 그럴 정신이 없었다.

“조금 전 그 여자만 해도 벌써 세 번짼가 그래요.내 눈으로 본 것만 해도,지난 번에 떨어졌는데도,그 여자도 보통 끈질긴 게 아닌가 봐요.”
“뭐 하는 여자예요.?”
“흐훗.....”
희영의 물음에 남자는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으세요.?”
“예,정말 사라은 국경이 없다는데,정말 그런가 봐요.하물며 나이도,귀천도 필요 없나 봐요.남녀가 좋아하는 건 아무 것도 필요없는 것 같애요.”
“그야 당연하죠,그걸 이제 아셨어요.?”

희영이도 장난조로 대꾸했다.

“아까 쫓기던 여자는 성호시장 바닥에서 돼지머리 돼지족발 장사하는 아주머닌데,춤 배우러 왔다가 장씨한테 홀딱 반해 버린 것죠, 장씨네 아주머니가 돈놀이하기 때문에 집을 비우면 그 시간만 용케 알고 찾아오는 겁니다. 그리고는 장씨 붙들고 노골적으로,블루스 출 때도 그래요.장씨 아주머니가 눈치를 채고,전에도 빗자루 들고 오늘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남자들 그런 거,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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